연대

잡설 | 2006/06/28 01:00

좌파의 구호인 "연대"는 닳아빠진 옛 이야기로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실상 아직까지 좌파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게 하는 강력한 힘이 또한 그 "연대"다. 자본주의 시장 아래 소위 경제학적 인간들은 오롯이 자신의 사익(私益)만을 위해 움직인다. 그들은 모든 일에 효율성을 따지고,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으면 그 즉시 계획을 폐기한다. 연대는 효율성에 맞선다. '나'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생각한다. 스스로가 소수자임을 자각하고 다른 소수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무한히 계속되는 악수의 고리를 짜는 힘, 그것이 연대다.

연대는 또한 내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좌파들만의 세계이기도 하다. 내 양심 하나 지키기 벅찬 순전한 개인주의자로서, 유치하고 독선적인 운동권 치들을 욕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연대를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과 일신의 편안을 일정 정도 포기해야만 비로소 추구할 수 있는 가치다. 나는 내 이익은 몰라도 일신의 편안을 포기하는 것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이다.

내일부터 농촌-학생 연대활동이다. 집행부라는 딱지가 나같은 인간도 어쩔 수 없이 농활에 참가하게 만들었다. 농활은 예전부터 연대의 상징이었고, 일신의 수고로움과 이익의 포기 없이는 추구할 수 없는 그런 가치였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과연 농촌 사람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일지....... 최근의 서울대 농활 철수 사태 등등, 농활이 예전과 달리 "연대"의 철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전해들었다. 그래도 간다. 땅의 가치와, 수고로움의 미학을 느끼기 위해서. 허리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나 내며 뒹굴거릴 각오를 하고, 그 수많은 배움을 얻으러 간다. 뭐 단대 차원 농활이긴 해도 참가자가 대부분 집행부 친구들이기도 하고....... 그만큼 부담도 덜하다. - 이런 걸 보면 결국 나는 연대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오른쪽 인간인 모양이다.

2006/06/28 01:00 2006/06/28 01:00

http://yeinz.kr/lifelog/trackback/51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1. azreal 2006/06/30 00:35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교대는 교활이 있어요 :D
    농활 잘 갔다오세요.

  2. 신혁 2006/07/05 00:13 | PERMALINK | 고치기 |

    무사히 다녀왔습니다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