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던진 화두
책읽기 | 2010/02/08 01:21
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지음(2009)
동녘
노무현 지음(2009)
동녘
노무현(1946. 9. 1. ~ 2009. 5. 23.). 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 이름은 무척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그는 경남 출신으로 전남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지역주의 혁파의 한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그의 최측근이 경남 - 즉 PK에서 큰 지지도를 보임으로써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또 보혁 이데올로기 갈등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해, 그 자신의 표현을 빌면 '좌파 신자유주의자'로서 진보는 무엇인가, 보수는 무엇인가, 그것을 어떤 틀로 한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원리주의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또 그는 처음부터 검찰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 권력의 변혁을 시도했고, 죽음으로써 정치검찰과 검찰의 형편없는 빨대를 고발했다.
사후에 출판된 책에서도 그는 여전히 화두를 던진다. 진보와 보수는 무엇인가? 규제, 분배, 여러가지 관점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분배'에 대한 시각을 핵심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또한 '좌파 신자유주의자'라는 별명답게 그 용어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진보란 무엇인가? 보수란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보수로 규정하는 것은 진보'주의'자들의 교조적 해석에 의거한 것은 아닌가? 보수의 시대, 테크노크라트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이념을 밀어붙이는 것은 가능한가? 통화주의에 입각한 타당성있는 보고서를 들고 재정정책의 확대를 논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그를 정말로 진보적인 대통령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진짜 진보, 진짜 보수는 결국 실용이라는 하나의 단어 (존경해 마지않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쓰시는 실용이라는 단어와는 별 관계가 없다)로 귀결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그가 자주 쓰는 용어는 또 '보수의 시대'라는 것이다. "파이를 계속 키워라, 모두 함께 가자니 속도가 늦어지니 대충 도태된 사람들은 버리고 가자"는 구호가 사람들에게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경제적인 효율성 기준으로 판단하는 '보수의 시선'을 사람들이 '선택'한 이상 정치적, 사회적 논의 또한 그 시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수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진보의 시대는 가능한가? 보수의 시대에 진보의 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가?
또 이런 화두도 있다. 보수의 시대의 가치관은 옳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무한한 경쟁, 그리고 성공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이렇게 성공을 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가 그의 저서 <부유한 노예>에서 던졌던 질문과 그 맥락이 아주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도 맞닿아있는 데가 있는데, 이 얘기는 아마 내일 다른 포스팅을 통해 더 자세히 하게 될 것 같다.
화두에는 끝이 없다. 화두는 화두를 낳는다. 노무현이 던진 화두를 통해 독자 자신이 또 여러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강한 노조는 경제를 정말로 침체시키는가? 이 화두는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말하다>에서 던진 화두와 맞닿은 데가 있다. 반대로 한국의 노조운동은 지금 공화국의 정신과 부합하고 있는가? 경영자의 임금은 경영자의 능력과 비례하여 높아지고 있는가, 아니면 엘리트주의같은 어떤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높아지고 있는가? 현실 세계에서 임금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애플과 삼성이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라고 가정했을 때, 여기에 미친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의 몫이 비슷했을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이건희가 없어지면 삼성의 발전은 저해될 것인가? 이건희가 없었다면 삼성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까? 성장과 복지는 배타적인가? 이를 긍정할 때 여기에서 성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수많은 화두들은 결국 끝없이 고민하게 하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는 것은 시민이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시민들이다. 이것이 미래의 토양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지식을 얻기 위한 탐구, 탐구에 대한 동기 그 자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