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한 '여자' 친구의 추천으로 <Skins>라는 영국 드라마를 접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한 다섯 회쯤 보다가 접었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이글루스라는 블로거 커뮤니티에 한동안 게이 떡밥이 난무하면서 "게이 싫음 뿌우"라고 말할 권리를 달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던 것 같은데 아마 <Skins> 같은 드라마의 악영향인 것 같다. (이 드라마에는 잘 생긴 게이 캐릭터가 한 명 나온다.)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현실 속에서, 그 학교에서 잘 나가는 소위 '일진' 그룹 안에 그런 게이 캐릭터가 포함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PC'하다면 "게이 싫음 뿌우"라고 말하든 말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현실은 <Skins>와 좀 많이 다르다는 것 뿐이지. 거기 주인공들이 약에 쩔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엄청 'PC'하다니까.

2. 'PC'의 정신은 본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무리하게 적용을 하면 오히려 헛짓거리가 될 수 있다. 예전에 한동안 사람들을 낚아올렸던 '장애우' 표현 같은 것도 그렇고, 디시인사이드에서 퍼지는 은어에 무리해서 'PC'를 적용하려는 시도도 그렇고.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맥락이라는 것.

3. 또 'PC'는 지금 이글루스에 불고 있는 논쟁처럼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병맛 논쟁을 유발하기 십상(十常)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동성애가 싫다고 했지 동성애자가 싫다고 한 것이 아니므로 동성애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같은 말이 'PC'의 정신을 곡해한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동성애'는 'PC' 적인 표현이고 그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어떤 개인, 혹 집단에 대한 공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데, 이건 도대체 뭥미......

4. "장애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글을 읽더니 실컷 하는 피드백이란 게 "장애자가 아니고 장애인입니다 PC PC"라면 그만큼 우스운 일이 또 없다. "장애인은 집에서 쉬세요"란 말에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썼으니 PC PC" 하면 그만큼 우스운 일이 또 없고. 그런데 의외로 이런 논쟁도 은근히 보인다.

5. 계속 PC, PC, PC 하고 있으니 PC가 뭐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터. 사실 이것이 이 글의 진짜 주제.

6. PC는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이란 뜻인데, 이걸 굳이 'PC'라고 줄여 쓰는 것은 'PC'와 거리가 멀지 않은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란 용어도 그리 직관적이진 않은데, 정말 좋은 번역어가 나오거나 이 말이 '똘레랑스'나 '프로파간다' 만큼 퍼지지 않는 이상에야 '정치적으로 올바른'이 '언어나 행동 등에서 인종, 성별, 연령, 성적 취향 등에 대한 차별적인 뉘앙스를 내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첨언을 꼭 덧붙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줄 요약
PC PC 하지 맙시다

1줄 사족
PC 같은 '이상한 표현'은 뻘글망글을 숨기는 좋은 도구가 된다. 바로 위의 글처럼.



2010/01/08 15:23 2010/01/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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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자차 2010/01/11 17:08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자수 선생 긔엽긔
    긔엽긔는 거꾸로 읽어도 긔엽긔

  2. 예인 2010/01/12 15:26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레알 링딩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