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세대별 합산 과세 위헌, 1인 1주택 장기보유자 과세 헌법불합치, 그 외 합헌. 종합부동산세에 내재해 있던 법리적 문제점 일부가 이번 일부 위헌/헌법불합치 판결로 인해 드러난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부세의 의의가 모두 실종되어 버린 것은 아니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금이라도 없으면 조세제도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음은 물론 경제구조의 안정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일 쉬운 얘기 중에 하나를 들자면, 까놓고 말해 세금마저 없으면 부동산 투기를 무엇으로 억제할 것인가? '강부자'들이 투기를 통해 시장경제의 건전성을 좀먹어가는 행위를 정부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그러나, 사회적 건전성이나 국민 감정에 미칠 악영향을 모두 미뤄놓고, 여하튼 헌법을 해석하는 건 헌법재판관 맘이다. 끝난 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럼 문제는 판결 이후다. 판결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나같은 무지렁이가 분석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 하여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견해를 살펴보았다. 별 일 없을 것 같단다. 합헌 판결이 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확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일부 위헌 판결이 났다고 해서 지금의 하락세가 멈출 것 같지도 않다고 한다.

우안컨데도 그럴 것 같다. 불황인데다, 건설사의 부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고, 결정적으로 미국발(發) 부동산 위기가 한국 부동산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불패 신화'로 인해 현재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Overshooting)되었다는 견해에 따르면, 반대로 이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진 지금 남은 것은 하강 뿐이다. 연착륙일까, 경착륙일까가 문젠데, 그럼 종부세 부분 위헌 판결이 경착륙을 연착륙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도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종합부동산세는 극히 일부의 초고가 부동산에만 적용된 세금이었고, 실제 그 과세대상 대부분은 불건전한 투기적 수요였다고 예상된다. 이게 어떻게 변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이것이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물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재생산하고, 하강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오버슈팅을 유발하거나 현재의 오버슈팅된 상태를 지탱하는 심리적 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경기는 어떻게 될까. 부정적인 효과가 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하나도 없다. 상류층의 세금을 깎아주면 상류층들이 신이 나서 물건을 많이 사고,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말이 안 된다. 교과서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실제로 관찰된 결과도 그렇다. 이 사람들은 이미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살기 때문에,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그 돈으로 더 소비를 하는 성향이 낮다. 반면 잘 못 사는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준다면, 이 사람들은 그동안 못 먹던 것, 못 입던 것을 더 소비할 수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해서라면 종부세보다 먼저 깎아줘야 할 세금이 산더미다.

한편 이렇게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면, 당연히 걷히는 세금이 줄어든다. 돈이 없으니 정부는 일을 적게 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알지도 못한 채 받고 있던 수많은 서비스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대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수가 10% 줄었다고 해서 공공부문도 똑같이 10%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닌 터라, 공공부문은 한 5% 정도만 줄이게 되고, 자연히 재정은 적자가 난다. 어떤 나라에서도 좋은 꼴 본 적이 없던 '감세를 통한 경기 활황', 레이거노믹스 모델이 맞는 전형적인 최후다. 만일 종부세의 사실상 폐기와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이 계속되며 부동산이 오버슈팅된 상태가 무리하게 계속된다면 그 또한 문제를 심화할 것이다.

지금은 경제 위기 상황이다. 경기를 살리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왜 그토록 정부가 감세나 종부세 완화 따위에 목을 메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들은 지금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강만수 장관이 개인적으로 종부세를 내느라고 화가 많이 나 있다는, 모 신문이 보도한 루머에 자꾸만 믿음이 간다.


2008/11/13 17:52 2008/11/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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