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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악플 별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악플을 안 받아본 사람이다. 물론 점점 적응도 되고, 여러가지 대응 방안을 찾게 되지만, 여하튼 엔간히 달관을 했더라도 악플을 받고 유쾌해하는 사람은 없다. 굳이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병이 없더라도,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악플을 본다면 충분히 극단적인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픈 사람들에게 독을 또 주는 셈이니까. 악플을 다는 자들은 사악하다. 굳이 그 잘못을 깎아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악플을 막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든다니, 엉뚱하다. 사실 한나라당 쪽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거나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거나 "악플을 단 사람을 친고 없이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게 언제였던가. 광우병 사태로 인터넷상에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급증했을 때였다. 그때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인터넷을 통제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런 얘길 했었다. 물론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었지만. 여하튼 한동안 '버로우' 타고 있던 한나라당이 최진실 씨의 죽음을 보더니 갑자기 그때와 똑같은 소리를 한다. 두 가지 사건을 별개로 보기 어렵다. 기회주의다.

나오는 의견들이란 것도 난감하다. 악플은 실명을 걸고 쓰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가? 그 가정이 옳다면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디시인사이드는 벌써 청정구역이 되었을 것이다. 악플 차단을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 실시하자는 나경원 의원의 제안은, 사실 이미 주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실시된 인터넷 실명제가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실례를 그녀가 흘깃 보기라도 했다면 나올 수가 없는 얘기다. (사실, 요즘 '국회의원 병신론'에 몹시 매료되어 있어서......) 어차피 악플러들에게 인터넷은 현실감이 탈색된 공간이다. 실명을 건다고 불안해하며 악플을 안 달 사람들이라면, 본능적인 행동을 제약할 만한 양심이 제대로 확립된 사람들이라면 애당초 악플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처벌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괜찮은 얘기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대책이 더 있어야 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타인의 명예나 인격을 훼손하는 수준의 악플은 그에 준하는 법률로 처벌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굳이 여기에 급조된 '새로운 법'을 끌고 올 필요는 없다. 기존의 법 적용이나 엄격히 하면 될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법률 - 흔히 '사이버 모욕죄'라 불리는 - 에서 모욕의 범주를 애매하게 설정하거나, 친고 없이도 처벌을 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이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모든 지식인들이 걱정하듯 표현의 자유만 제약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고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면, 경찰이 나서서 '사이버 모욕죄'에 해당하는 글들을 검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글들이 검열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거기에 모욕의 범주가 애매하게 설정된다면, 위에 슬쩍 지나가는 소리로 적은 '국회의원 병신론' 얘기도 인격 모독의 한 사례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삽질을 부른 건 사실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을 너무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표현의 자유로움이나 익명성, 수평성 같은 것은 인터넷 공간만이 가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상호 존중, 똘레랑스, 대화, 이러한 미덕은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모두 요구되는 것이다. 악플은 이런 기본적인 미덕에 반대되는 것이다. 오히려 '민증 까는' 일도 없고 '서열 따지는' 일도 없이 대화를 나누는 온라인에서야말로, 이런 미덕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나와 당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인터넷이 그 많은 사람들의 현실을 '수평적으로' 연결한다. 인터넷이란 별세계가 아니라, 결국 나의 현실과 당신의 현실이 연결된 현실의 연속이다.

그래서 결국 뜬금없는 결론. 당신이 진짜로 내게 전화를 해서 "맞장 뜨자 나와!"라고 소리칠 게 아니라면, 댓글에서도 그런 소리를 해선 안 됩니다. 보통 현실에서라면, 나는 도전에 응해 XX공원에 나가는 대신 경찰에 연락해 당신을 데려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터넷상에서도 똑같아서, 이런 악플을 단 사람은 경찰에 연락해 경찰서에 데려가야 정상입니다. "맞장 뜨자 나와!" 같은 소리는 대화, 똘레랑스의 철학, 이런 것들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오히려 방해하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헌법 정신' 아래에서, 우리는 악플을 '선플 운동'으로 추방할 것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고민과 도덕적 잣대가 토대가 된 '법적 처벌'로 몰아내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헛짓거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2008/10/06 17:43 2008/10/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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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B의 느낌 nawata'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8/10/22 21:27 | 지우기 |

    [보통 현실에서라면, 나는 도전에 응해 XX공원에 나가는 대신 경찰에 연락해 당신을 데려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보고 떠오른 악플러 퇴치 일화. 좋게 타일러도 계속 욕 갈겨놓고 가던 인간, 고객센터에 집요하게 신고해서 끝내 블로그 문 닫게 만든 적이 있었지.

  2. 065. 나경원법안과 사이버 모욕죄를 말한다 (08.11.23) Forget the Radio 에서 트랙백 | 2008/11/24 23:40 | 지우기 |

    1. 오래간만입니다. (0:00) 2. 나경원법안을 아시나요? (3:15) 3. 나경원법안을 까발려봅시다 1) 임시조치 (6:52) 2) 개인정보 제공 (25:06) 3) 분쟁조정부 (29:39) 4) 사이버 모욕죄 (38:17) 4. 나경원의 숙제 (55:18) 5. 미디어토크 45회에 대한 코멘트 (1:05:03) 6. 반응 기다립니다 (1:09:4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나경원의원등 12인) 미디어 토..

  1. 오카 2008/10/06 17:53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크게 공감합니다.

  2. 게르드 2008/10/06 20:24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음.. 뭐가 좀 애매하네요..

    개인적으로는 내용은 공감하지만, 예로 든 댓글은 공감하기 힘드네요. -수위를 조절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정도는 글 내용에 따라서 용납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정도의 댓글도 악플로 취부하신다면, 범위를 너무 넓게 잡으신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그 외에는 공감합니다. 솔직히 사람을 앞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쉽게 울컥 하는건 자주 겪는 일이거든요. 그런만큼 쓰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서로 적당히 조절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정도 표현의 수위가 높은 비판의 댓글도 악플로 취부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도 조금 걱정스럽구요... -댓글 다는 사람이 옳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표현하는게 서툴 수도 있지요.

    물론 얼마전의 회손녀 같은 무개념이라면 악플 이전의 문제겠죠...^^

  3. 예인 2008/10/06 21:08 | PERMALINK | 고치기 |

    실제로도 웃자고 붙여넣은 짜르방입니다.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두고 모르는 사람들이 뒷다마까던 내용이거든요. (리퍼러 체크하다 찾았다능...) 누가 봐도 초등학생 중학생 쯤 되는 애들이 떠드는 소리로밖에 안 보이잖아요. 저걸 두고 법적 처벌 운운하면 안되죠. 마지막 친구가 "전화해서 맞장뜹시다"라고 딱부러지게 얘기해줬다면 뭐 모르겠지만서도......

    하지만 저 대화를 악플이 아니라고 말해도 안 되죠. 저 얘기가 전부 악플이라는 건 아니고, 몇 개 딱 돋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ㅎㅎ 뭐 예의, 윤리, 뭐 이런 수준에서 얘기해야 할 문제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 같은 멋드러진 말은 인신공격을 합리화하기 위한 얘기는 아니니까요.

  4. 지나다가 2008/10/07 02:26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헉 그런데 디시인사이드가 실명제를 하고 있나요?

  5. 예인 2008/10/07 20:25 | PERMALINK | 고치기 |

    넵. 실명 인증 안 하면 글 못 씁니다.
    그 *@&^하고 #%@#$한 모든 글들이 다 실명 걸고 쓰는 글들이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