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으로 만든 집
무거운 이야기/경제 | 2008/10/05 17:56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lending)이 한 번 '휘청'하자, 신문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미 예견한 바 있는) '파국'에 대해 뒤늦게 걱정거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에 잠재된 '폭탄'에 대해 모르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괴한 가정 하에 집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다가 도요타의 새 차와 애플의 새 아이팟을 사곤 했다. 사실, 그래도 괜찮았다. 진짜로 집값이 올랐고, 얼마나 많이 올랐던지 집을 다시 담보로 잡히면 대출받았던 돈을 다 갚고 또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국이라는 '소비의 천국', 세계 최대의 시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듣기 좋은 말로, 그것을 일컬어 활황이라고들 했다.
이 고리가 무너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자명하다. 집값이 떨어지고, 담보로 잡혔던 집은 빼앗길 것이고, 불황이 올 것이다. 은행은 집을 빼앗고도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것이고, 금융이 불안해질 것이다. 특히 모기지 대출의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파생상품들 때문에 금융기관들끼리 서로 얽히고 섥힌 상태에서는, 한 곳이 무너지면 어디든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이렇게 거품이 터지면서 또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빼앗길 것이며, 또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계속 상승해야만' 하는 지분형 아파트 제도를 주택 문제의 해법이랍시고 제시한 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의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종부세를 폐지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건설회사들의 실물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주택 가격이 오버슈팅된 상태라는 어떤 좌파 지식인들의 진단이 옳은 것이라면, 이러한 대책은 결국 남는 주택의 수를 늘릴 뿐일 것이다. 어떻게든 연착륙을 시도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경착륙과 뒤이은 '진짜 실물경기'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러한 지적이 틀린 것이며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하거나 낮은 수준이고 주택의 수도 적절하다면, 이러한 대책과 더불어 투기적 수요를 막기 위한 - 종부세 수준의 효과를 가진 새로운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생각과 달리, 부동산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을 징벌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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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이구, 언제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는 나쁜 놈, 자유방임이 지고지선' 하시던 분이.
이제는 조세정책을 통한 국가의 교도가 필요하시다?
위피랑 집을 동급으로 보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건가요? 집은 메리트재라서 정책 방향이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위피야 있으나 없으나 그만이지만, 메리트재인 집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죠. 따라서 사회적 형평성이 경제학적 효율성보다 우선시되는 재화구요. 의료나 교육, 옷이나 밥 같은 거랑 동급이라구요. 게다가 지금처럼 모기지 대출 때문에 금융 서비스랑 얽히고 섥혀 있는 상태에서는 더더욱 문제죠.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두 배 세 배로 증폭된다는 얘기거든요. 위피랑 동급에 놓고 비교하면 곤란하지요. (물론 '전화' 자체는 메리트재에 가깝지만, 위피랑 전화는 같은 기계에 들어있다뿐이지 전혀 다른 문제죠. 오히려, 오늘날 휴대전화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재화 수준으로 격상되었는데도 위피 없는 휴대전화는 살 수가 없다니, 준공공재의 철학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부의 삽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