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들다'와 '잦아지다'도 구분 못하는 미디어다음
무거운 이야기/정치 | 2008/09/01 13:42

이 기사 제목을 보고 의아했던 건 나 하나뿐이 아닐 것이다. '잦아들다'는 어떤 기운이 점점 잠잠해지고, 가라앉는 것을 말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봉하마을은 노무현 대통령의 거주지이며 '친노'의 구심점이다. 왜 봉하마을에 발길이 '잦아들고' 있는데 친노는 오히려 '뭉치고' 있다는 것일까?
그럼 그렇지. 기사를 클릭해보니 <발길 잦아진 봉하마을... '뭉치는 친노'>라는 제목이 보인다.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는 얘기는 미디어다음 관계자의 오기였던 것. '잦아들다'는 '잦아지다'로 대체할 수 있으나(둘 다 '기운이 점점 잠잠해지고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쓸 수 있다), 이처럼 '점점 횟수가 늘어난다'는 뜻으로 사용된 '잦아지다'를 '잦아들다'로 대체할 수는 없다.
포털 사이트가 신문보다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게 얼마 전 일이다. 그 신뢰에 보답하려면 속보 경쟁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언어 구사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뉴스를 편집해 메인 화면에 올리는 담당자는 최소한 알아들을 수 있는 국어를 구사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가 억지로 기사 제목을 줄이느라 기괴한 비문을 창조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많은 사람이 요즘 젊은이들이 맞춤법을 잘 모른다며, 외계어를 쓴다며 혀를 끌끌 차고는 한다. 미디어다음에 상주하는 '댓글러'들도 다를 바는 없어서, 귀여니가 언어를 파괴한 소설을 쓰고 디시인사이드의 누리꾼들이 온갖 신조어를 창조하는 현실에 "세종대왕이 개탄하실 일"이라며 열을 올린다. 그러나 정녕,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언어가 살아 숨 쉬는 이 현실이 그토록 개탄할 일이란 말인가? 공문서와 이력서 따위에 은어가 올려지는 현실에는 개탄할 수 있을지언정 신조어와 은어가 창조되는 과정 그 자체가 개탄할 문제는 아니다.
정말 개탄할 문제는, 무려 뉴스 편집자가 - 한순간의 실수일지언정 '잦아들다'와 '잦아지다'도 구분하지 못해 '잦아지다'를 써야 할 부분에 '잦아들다'를 써 놓는다는 것이다. 제목을 줄인답시고 비문을 만들고, 제목을 더 선정적으로 만들고자 의미가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끌어다 쓰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개탄해야 할 현실이다. 언어학의 언 자도 모르는 내가 하기엔 좀 건방진 얘기겠지만, 감히 생각하기로 언어의 목적은 맞춤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님하, 좀 안습임."
ⓣ http://yeinz.kr/blog/trackback/416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