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WIPI)와 찰거머리맨의 비극
무거운 이야기/IT | 2008/08/19 15:31
1. 위피의 성쇠
위피(WIPI)는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휴대전화용 플랫폼입니다. 휴대전화 전용 무선인터넷이나, 맞고라든지 미니게임천국 같은 여러 프로그램이 이 위에서 돌아가죠. 컴퓨터에 깔려 있는 윈도(Windows) 같은 개념으로 보면 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모든 휴대전화에는 이 위피란 놈이 반드시 탑재되게 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나름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맞고게임 하나를 만들 때도 SK 텔레콤용 따로, KTF용 따로, LG 텔레콤용 따로, 똑같은 프로그램을 3번이나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러나 이제 모든 휴대전화에 '위피'라는 녀석을 탑재함으로써 이제는 '위피용' 하나만 만들면 되는 거지요. 만드는 사람이 편해진 건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통신사에 관계없이 양질의 모바일 프로그램을 쓸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위피'가 지나치게 기세를 확장한 겁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PDA폰에는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할 채비를 하자 스마트폰에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고 규정을 바꿉니다. 처음에는 무선인터넷이 안 되는 휴대전화에는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KTF에서 진짜 무선인터넷 기능과 WIPI를 뺀 휴대전화를 만들자 이런 예외도 없애버립니다. 규제가 점점 강해집니다. 위피 없이는 그 어떤 휴대전화도 팔릴 수가 없습니다. 휴대전화용 프로그램 만드는 업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놈'이 등장하면서, 위피는 순식간에 한국 휴대전화업계의 딜레마로 전락하고 맙니다. 작년 IT 업계 최대의 문제작 '아이폰'입니다.
아이폰은 'OS X'이라는 강력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죠. 세가(SEGA)나 ID, EA 같은 유수의 개발사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세계를 규모로 노는 아이폰 플랫폼 앞에서 위피(WIPI)는 애들 장난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전에 그 기세를 꺾어야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인터넷의 맹주 구글(Google)이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강력한 휴대전화 플랫폼을 선보입니다. 역시 세계의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군침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는 최강자 노키아(Nokia)가 자사의 휴대전화용 플랫폼인 '심비안(Symbian)'을 오픈 소스로 전환합니다. 업계 전체가 이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파도는 한국 시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왜? 위피(WIPI)가 있으니까요. 위피가 어느새 세계 흐름에서 동떨어진 수준 낮은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해도, 법이 위피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난 아이폰이라도, 안드로이드라도, 심비안이라도 어차피 한국 시장에는 칼조차 들이밀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화를 냅니다. 외국의 새 제품을 돈을 내도 쓸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결국 '위피'라는 이름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업체들과, 외국의 새로운 조류를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됩니다.
2. 찰거머리맨의 비극
삼성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처럼 강력한 성능을 갖춘 '윈도 모바일(Windows Mobile)'을 탑재한 휴대전화 SPH-4650을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도 이제 난관에 봉착합니다. 위피(WIPI)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전화는 그 어떤 경우에도 팔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위피를 탑재하지 않으면 SPH-4650도 더이상 팔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성능의 운영체제를 탑재했으면서도 훨씬 뒤떨어지는 성능의 위피를 굳이 그 위에 올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삼성은 편법을 씁니다. '찰거머리맨'이라는, 위피 기반의 게임을 휴대전화에 내장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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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속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IT 기술은 특히 더욱 그렇습니다. 일 년 사이에도 수많은 것들이 바뀌죠. 삼성전자가 만들어낸 '황의 법칙'은 또 어떤가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한때는 위피에게도 그 목적이 있었고, 그 효용이 있었습니다. 위피는 참 많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이미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심비안...... 도도한 파도 앞에서 2년째 변화 없이 현실에만 안주하던 위피는 금새 무기력해졌습니다. 소비자들, 심지어 시장 자체가 이미 위피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피란 온실에 안주해 현실의 파도를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제 국가를 향해 방패막이가 되어달라고 소리칩니다. 위피라는 방패로, 시장의 원리를 막아달라고요. 이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생길 법한 코메디의 끝에, 이윽고 방패 사이로 '찰거머리맨'이 새어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국가의 교도(Guide)>로 계속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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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의 생각
stadia'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8/08/20 11:19 | 지우기 |
그러니까, 위피의 핵이 포함된 찰거머리맨을 휴대전화에 내장함으로써 '위피를 휴대전화에 내장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킨 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승리의 삼성. 대단하도다. 그럼 아이폰도 위피 겜을 하나.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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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로 뒤집어지는 세상
Effortless - 上善若水 - 상선약수 에서 트랙백 | 2008/08/20 22:14 | 지우기 |
3G로 뒤집어지는 세상 2008년은 이동통신 관련해서 확실한 한가지 트렌드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3G 입니다. KTF가 쑈를 하면서 밀어부친 3G 전쟁은 결국 SKT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 확실한 시점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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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의 생각
darjeeling's me2DAY 에서 트랙백 | 2008/09/10 07:42 | 지우기 |
위피와 찰거머리맨의 비극 우와 정말 삼성 멋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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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WIPI)와 찰거머리맨의 비극
jaehan's personal logbook 에서 트랙백 | 2008/09/19 10:18 | 지우기 |
아이폰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왜(?) "아이폰이 국내출시가 늦어지는지..아직 계획이 없는 건지" 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너무나도 정리가 잘 된 글이 있기에 바로 스크랩했습니다. 1. 위피의 성쇠위피(WIPI)는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휴대전화용 플랫폼입니다. 휴대전화 전용 무선인터넷이나, 맞고라든지 미니게임천국 같은 여러 프로그램이 이 위에서 돌아가죠. 컴퓨터에 깔려 있는 윈도(Windows) 같은 개념으로 보면 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모든..




오, 역시 일류기업 쌤씅이군요. 눈치와 요령 하나는 최고라니까요 ㅎㅎ
아놔 저 게임이 저래서 들어간거군요. 리뷰어들도 왜 들어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잔머리 극강이네요.
지나가다 크게 웃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
주변 사람들한테 아이폰 설명할 때 위피 설명까지 했었는데 이 글 하나로 모든게 정리되네요 ㅎㅎㅎ
위피 폐지설이 나돌곤 있긴 하던데... 어찌될런지;;;
진짜 이승환님 말씀대로 삼성 ㄷㄷㄷㄷㄷㄷ입니다 ㄲㄲㄲ
재미난거 하나 알았네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조만간 어딘가 링크해도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