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음악 시장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음악 | 2008/01/07 15:45
보통 무너진 시장 경제를 되살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강령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를 푸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시장을 왜곡하는 (카르텔을 포함한)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이 얽힌 현실 경제계에서 이 두 가지 강령을 실현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 특히 '시장을 왜곡하는 불법 행위를 엄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장을 감시하는 정부 조직이 비대해지기 때문에 첫 번째 강령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어떤 학자는 "시장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불법 행위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누가 봐도 명백한 실수로 인해 시장 기능이 마비된 경우에는 이 두 가지 강령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시장 기능을 복구할 수 있다. 지금 음악 시장이 바로 그렇다.
첫 번째 강령 - 규제를 풀어라
현재 음악 시장에는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가 하나 있다. (규제가 정부가 기업을 향해 가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자면) DRM이 바로 그 규제이다. DRM이란 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약자로, 디지털 컨텐츠라면 어디에든 적용될 수 있으나 특히 음악 파일(mp3 파일, aac 파일 등)에서 많이 이용된다. 요금을 내고 구입한 mp3 파일을 함부로 복사할 수 없게 하고, 특정 mp3 플레이어가 아니면 재생할 수 없게 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는 아이튠스(iTunes)의 페어플레이(Fairplay)가 단연 최대의 DRM 기술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멜론이나 도시락의 파일들이 모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DRM이 정말 음악가와 음반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을까? 세계 최고의 온라인 음악 상점 '아이튠스 스토어(iTunes Store)'를 운영하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DRM이 불법 음악의 전파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이 음악 파일을 구입하는 걸 꺼리게 되는 장벽 역할을 할 뿐이란 것이다. 복사와 이동도 자유롭지 않고, 특정 mp3 플레이어가 아니면 재생조차 되지 않는 반쪽짜리 상품을 제 돈을 내고 선뜻 구입할 이용자는 흔치 않다. 게다가 세상에는 DRM이 걸려 있지 않은, DRM을 함부로 걸 수 없는 음악 파일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CD로부터 리핑한 음악 파일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말 DRM이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가장 많은 파일에 DRM을 건 사람의 입으로부터 DRM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DRM을 해제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이 이를 편하게 생각할까? 물론 아니다. 소비자들을 옭아매는 또 하나의 규제가 있으니, 놀랍게도 그것은 멜론이니 도시락이니 하는 상점 그 자체다. 심심하면 업데이트를 요구하며 소비자를 귀찮게 하며, 코딩이 엉망인 웹페이지에 인터페이스 또한 끔찍하다. 왜 그런가. 뭐 웹 코더들의 실력 부족은 차치물론하고서라도, 보다 근본적으로 멜론과 도시락은 벨소리를 팔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팔기 위한 미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멜론과 도시락이라는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이나 KTF까지 함께 이용하지 않으면 온갖 불편이 따라붙는다. 이 상점들이 수익 대부분을 음악가들에게 주지 않고 이동통신사에 가져다 바친다는 왜곡된 구조는 덤이다.
따라서 음악 시장의 사업자들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지금 즉시 모든 파일로부터 DRM을 해제해야 한다. 이게 초현실적인 얘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EMI나 유니버설 등 세계 유수의 음반사는 이미 DRM을 없애고 있다. DRM이 별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DRM을 해제했다면, 이젠 이 파일들을 팔기 위한 깔끔하고 단순한 온라인 음악 시장을 하나 열어야 한다. 하도 많이 들은 얘기라 이젠 답답할 지경이겠지만, 여전히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가 교과서적인 모델이다. (끔찍한 속도에 퀵타임 없이는 돌아가지도 않는 윈도용 아이튠스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아이튠스 스토어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못 만들겠다면 차라리 그대로 가져다 베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앨범이면 앨범, 노래면 노래, 뮤직비디오면 뮤직비디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앨범까지 '접근'하는 길도 아주 깔끔하고 빠르다. 1달에 몇천원 씩 하는 구독형 모델 이외에는 DRM을 모두 치우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멜론과 도시락의 인터페이스도 모두 치워라. 자유가 곧 해답이다.
두 번째 강령 - 불법 행위를 막아라
그러나 불법 행위가 난무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의 자유고 뭐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리 없다. 음악 시장이 바로 그런 상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공유되는 mp3 파일들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이 불법 파일들을 인터넷에서 추방해야 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불법 mp3 파일을 다운받는 것이 제대로 돈을 내고 mp3 파일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불법 mp3 다운로드에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보였을 때 괜한 누리꾼들의 반발만 사고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웹하드 업체에서 mp3 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받기는 아주 간편한데 비해 멜론이나 도시락에서 mp3 파일을 구입하는 것은 번거롭고 복잡하다. 게다가 DRM까지 걸려 있어 구입하기가 꺼려진다. 이렇다면 불법 mp3 파일을 막는다 해도 그 소비자들이 멜론이나 도시락으로 유입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누리꾼들의 반발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쳐도, 효과까지 보지 못한다면 불법 mp3 파일 단속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DRM 폐지와 깔끔한 상점 개설'이야말로 '불법 mp3 단속'의 선결조건이 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불법 음원이 무조건 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48kbps 짜리 조악한 음원은 법적으로 따지자면야 불법 음원이지만 동시에 돈 한 푼 안 들이고 써먹을 수 있는 홍보 도구이기도 하다. 이런 이중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칼만 빼든다면 좋은 결과를 보기 어렵다. 48kbps 짜리 조악한 음원을 사람들이 왜 블로그에 올려놓는 것일까? '와서 돈 내지 말고 공짜로 들으라'는 의미로 올려놓는 사람도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대부분은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주로 이동통신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긴 하지만, 구독형 모델(1달에 몇천원 정도의 금액을 내고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모델) 역시 불법 음원을 막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다. 요즘에는 청자들이 일회성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5천 원에서 1만 원 수준의 음원 또는 CD 구입비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불법 음원으로 몰려갈 법하다. 그러나 수천 원 수준의 구독형 모델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독형 모델은 음악 시장을 둘러싼 경제학의 딜레마(이 글의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부분을 참고 )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소장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DRM 없는 음원을 판매하는 서비스도 함께 운영할 필요가 있을 테고, 음원 판매 서비스와 구독형 서비스를 결합하여 다양한 아이템(시쳇말로 떡밥)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몇십 개 이상의 음원을 구입한 사람에게 한 달간의 구독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든지.)
결론은 이렇다. 불법 행위를 막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DRM 없는 음원 판매, 간편하고 깔끔한 구독형 모델(OS에 종속적이지 않은) 개발, 유연한 법 적용 등 다양한 선결 조건이 지켜져야만 한다. 엄격한 법 적용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반발을 자연스럽게 무마할 만큼 훌륭한 합법적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사업자들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 능력도 없이 함부로 법의 칼만을 들이민다면 단순한 화풀이 이상의 효과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불법 행위를 막는 게 '기술적으로' 또는 '법리적으로' 어려워서 효과를 못 보고 있었던 게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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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업은 정말 불법복제로 인해 망했을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에서 트랙백 | 2008/01/08 08:31 | 지우기 |
음악산업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주변을 돌아보면 요새는 CD나 DVD를 사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보더라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구매를 하고 있는데, 음악산업에 종사하시는 관계자 분들은 이 문제를 네티즌들의 불법복제 탓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정말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P2P 서비스를 통해 MP3를 다운받는 분들의 수가 적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

문제는 구독형 모델 같은건 음제협이나 이런저런 단체에는 수익모델이 될지 모르나 개개의 가수들에게는 수익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뭐 어차피 음악시장이 무너졌다는 얘기에는 그다지 동의하진 못합니다만.....
저작권협회 문제도 많고... 음악적인 부분도 문제가 많죠.
인식도 문제고.. 이리 저리 문제 문제
사실 저같은 경우는 돈내고 손쉽게 사고싶은데도 살수없는 구조라 사지 못하는 경우랍니다. 솔직히 저같은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거 같은데 --; 무료 mp3 찾는게 귀찮은데 돈내고 다운받는건 더 귀찮으니까요.. ㅠㅠ 예인님 말대로 drm도 없고 편하게 돈내고 다운받을수 있는 사이트 하나 있음 좋겠어요.
대박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