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교육부가 교과서를 만드는 법
무거운 이야기/정치 | 2007/02/14 11:33
한의과대학의 교과서는 교수들이 만든다. 예를 들어 경혈학(침 놓는 자리를 배우는 과목) 교과서를 만든다 치면, 11개 한의과대학의 경혈학교실 소속 교수들이 모여 토의를 하고 공저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학계도 마찬가지다. <거시경제론>을 저술한 정운찬 선생은 알아주는 거시경제학자고, <미시경제학>을 저술한 이준구 선생도 훌륭한 미시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내과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Harrison 내과학>은 세기조차 힘들 정도로 수많은 의대 교수들이 총출동하여 번역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재란 모름지기 학계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전경련과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을 개발하여 일선 고교에 보급할 계획 이라고 했다. 그러다 온갖 문제가 겹쳐 인쇄를 돌연 중단했다 는 소식이 오늘 들려왔다. 그러나 사실 이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개발은 사실 인쇄를 중단하고 말 문제가 아니라, 아예 폐기를 해 버려야 마땅한 문제다. 내용이 우편향적이라는 것은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다. (관련기사 한겨레 , 미디어오늘 ) 좌우란 사실 사회적인 개념이고, 경제학적 효율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보는 경제학은 어느정도 우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 교과서의 본질적이고도 진정한 문제는, 저작권자가 정부와 이익권자들의 단체라는 점에 있다.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란 '경제인의 모임'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와 달리 경제인 전반의 모임이 아니다. 이는 다해봐야 고작 4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대기업 회장들의 모임으로, 삼성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수의 대기업 회장들이 이 단체의 회원이다. 즉 전경련이 교과서 모형을 개발한다는 사실을 한 꺼풀벗겨내고 보면, 대기업 경영자들이 모여서 교과서를 만든다는 어이없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노사협상에서 '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교과서, 공급-수요의 그래프에서 '공급' 역할에 선 사람들이 만드는 교과서다. 한쪽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교과서 스스로가 '자기의 가격(value)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생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 이라 지칭하는 기업의 장(長)들이 교과서를 만든다니, 이는 곧 교과서조차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졌으리라는 논리적 귀결을 낳는다.
한의과대학의 교과서를 한의사협회가 만든다는 말을 나는 예 들어본 적이 없다. 약리학 교과서를 제약회사가 쓴다는 말 또한 예 들어본 적이 없다. 교과서란 모름지기 학계에 의해 쓰여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그 어떤 외부적인 압력도 받아서는 안 된다. 학계야말로 해당 학문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집단일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정치경제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실 교육부의 검인정제도란 게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학계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가 순수하게 학계의 정설에 맞게 쓰여졌는가, 주류 학계에 의해 인정받을만한 내용으로 쓰여졌는가, 일례로 한단고기설(說) 같은 엉뚱한 이야기가 교과서에 끼어들어가있지는 않은가 따위를 검증하기 위한 것일 따름이다. 교과서를 쓰는 주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학계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미친 교육부가 교과서를 만드는 법은 그 정 반대였다. 해당 교과서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일개 이익단체를 교과서 편찬 주관자로 올려놓고, 그들의 의도적 왜곡을 걸러낼 수 있는 그 어떤 안전 장치도 갖추지 않은 채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이랍시고 기괴한 물건을 하나 만들어냈다. 전경련이 4대 경제단체 중 하나라고 하지만, 사실 경제주체 전체가 아니라 극히 일부 대기업의 이익만을 반영하는 사실상의 일개 이익단체에 불과함을 유념하여야 한다. 대체 왜 이익단체가 교과서를 쓰는 주체가 되는가? 어떤 이의 지적처럼, 교육부는 그럼 민주노총과 함께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를 편찬할 생각도 있는 것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대체 왜 이따위 생각이 교육부를 통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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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주장은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하는것이지 감정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왜 항상 올바른 길로 쉽게 융합되고 통합되어 가지 못하는지 아십니까. 모든 일에 감정을 개입시키기 때문입니다. 귀하가 진심으로 국가의 교육미래를 걱정한다면 미친 교육부 운운하는 원색적인 표현보다 좀 더 냉정하고 논리적인 사고로써 비판하십시오. 만약 귀하가 본인의 이 글에도 감정이 동한다면 역시 귀하는 소인배가 될 뿐입니다.